댄스 댄스, 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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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동생을 병원에 보내야 한다는 학교 측의 권유를 거절했다. 대신 상인이가 갖고 싶어 했던 삼천 피스짜리 모형 비행기 조립 박스를 구해 왔다. 상인이는 한 달 동안 방에 처박혀 조립에만 매달렸다. 실제 비행기를 탔으면 지구를 열 바퀴는 돌고 올 시간이었다. 조립 비행기가 날개를 기울이며 하늘로 날아올랐을 때 동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학교에 갈래?"
동생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구부정하게 어깨를 기울이며 책상에 앉았다. 가끔 악몽을 꾸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럴 때면 눈을 깜빡이다가 다시 누워 잠이 들어 버렸다. 동생은 복잡하게 엉킨 것들을 애써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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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자전거를 지금처럼 뒤에서 한참 바라봤던 적이 있었다. 오래 전, 내가 고아원에 있었을 때, 그 시절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를 찾아왔다. 고아원에 있는 애들은 모든 부모들이 그렇게 찾아오다가 점차 횟수가 뜸해지고 결국은 연락을 끊어 버린다고 일러 주었다. 나는 언제나 아버지를 보는 건 이게 마지막이 아닐까 조마조마했다.
아버지는 매주 수요일에 나를 만나러 왔다. 애들은 아버지가 올 것인지 오지 않을 것인지 내기를 걸었다. 나는 늘 허세를 부리듯이 내기 돈을 높였다. 수요일 오후가 오면 나는 철장으로 된 정문에 이마를 기대고 서 있었다. 나는 일부러 머릿속으로 복잡한 암산을 맹렬하게 해댔다. 다리를 떨면서 엉터리 숫자를 계산하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먼 허공에서 검은 점이 나타나고, 그게 점점 위로 올라오고, 남자의 머리가 되고, 아버지의 얼굴이 되고, 달리는 자전거가 되어서 가까워졌다. 아버지는 멀리서 노래처럼 내 이름을 불렀다.
아버지는 자전거의 바구니에 초코볼 두 봉지를 넣어 왔다. 그리고 그 한 봉지를 내가 다 먹을 때까지 옆에서 날 보고 서 있었다. 나는 아버지가 내 옆에 있는 것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초코볼을 혀 위에서 천천히 녹여 먹었다.
아버지는 엄마와 동생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경과가 어떤지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얘기해 줬다. 크리스마스 주간에는 초코볼과 함께 작은 상자가 함께 왔는데 아버지는 그걸 단단히 봉해서, 크리스마스 날에 열어야만 한다고 약속을 받았다.
이브 날 밤, 안달이 난 나는 몰래 일어나서 상자를 열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주위가 몹시 조용했다. 기대감 속에서 상자를 열어 본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상자 속에는 종이 인형이 가득 들어 있었다.
황정은을 보려고 빌렸다가 하루키의 소설을 연상케 하는 제목 순전히 그것 때문에 읽은 정한아의 소설에
눈물을 훔쳤다. 요 어구를 쓰는 것은 내가 근로 중이었기 때문에 옆에 과장님이 계셨고 그래서 정말로 오른손으로 스윽 눈 밑을 훔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정은의 오뚜기와 지빠귀에선 맨들거리는 배와 볼과 눈동자의 묘사가 어쩐지 오싹했고 난 그 오싹함에 탄식을 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