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개

얘 좀 봐

그울 2016. 8. 4. 13:59



언제가 가장 행복했지? 그런 생각 많이 해요. 뭔가 강렬한 행복은 많았어요. 이게 행복이 아니면 뭐가 행복인가 싶은 그런 거요. 근데 소소한 행복, 마음이 오래도록 길게 행복한 그런 행복은 언제였을까. 방금 생각해봤는데 두 시절이 생각났어요. 하나는 연습생 때. 연습 끝나고,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집에 갈 때, 5백원짜리 음료수 하나 먹을 때. 다른 하나는 연습생이 되기 전에 서울로 올라와서 어머니랑 둘이 살았을 때. 힘들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근데 이게 행복한 기억 맞는 걸까요? 행복한 기억은 아닌 것도 같아요. 많이 힘들었으니까요. 어느 날 제가 학원 땡땡이를 쳤어요. 너무 가기 싫어서요. 어머니한테는 학원 간다고 말하고 나왔는데 안 갔어요. 친구도 없고, 딱히 놀 것도 없었어요. 그냥 MP3 꽂고 정류장 근처를 정처 없이 계속 돌고 있었어요. 그냥 걷고, 보고, 노래 듣고 이러면서. 그러다 어머니랑 딱 마주친 거예요. 어머니한테 제 가방으로 등을 빡 맞았어요. “너 뭐야. 왜 여기 있어?”, “가기 싫어서 안 갔어.”, “너 지금 어디 가? 집으로 가?”, “아니, 나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 “그래? 가자 그럼.” 그러면서 아이스크림을 사주셨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그런 시절. 그런 느낌. 지나간 느낌인데, 기억들. 아까부터 자꾸 그런 생각이 나요. 진짜 행복했어요.


근데 아까 얘기하다가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그런 생각을 지금 계속하고 있거든요. 만약 제가 과거로 돌아가서 스스로에게 뭔가 말해줄 수 있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데, 저는 아무 얘기도 안 할 것 같아요. 얘기하면 뒤에 있는 시간이 바뀔 거 아니에요. 그러면 제가 이제까지 지나온 시간이 너무 아까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얼굴은 조금 더 까맸어요. 조금 더 어두웠고 말도 없었고. 그리고 엄마랑 단둘이 있었어요. 그때 진짜 힘들었는데 힘들었던 만큼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땐 돈이 있으면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돈이 있다고 더 행복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시간이 많다고 행복하지도 않고요. 갖고 싶은 걸 다 가져도 행복한 것과는 다를 것 같아요. 진짜 행복한 시간은 그냥 지나치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야 아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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