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s ha
독립영화극장에서 영화 보기를 좋아한다. 영화를 단순히 보는 관객이라기 보단 소통하는 관객이 된 느낌이랄까. 영화관을 통째로 빌린 기분이 든다. 그치만 관객이 좀 더 많아져야 영화관이 유지될텐데.. 걱정.. ㅠ_ㅠ
오늘 본 프란시스 하. 딱히 꼭 봐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친구와 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어서 상영하는 작품 중에 선택한 것이었다. 흑백으로 시작해서 당황하긴 했는데, 보다보니 그것도 익숙해지더라. 아쉬웠던 건 벤지와 레빈 집이 그렇게 멋있다는데 색감을 알 수 없다는 것이..핱... 그것 말고는 흑백인 것도, 러닝타임이 짧은 것도, 프란시스의 덜렁거림도 모두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이젠 감으로 영화를 선택해도 잘 빠진 것들로만 잘 고르는 경지에 이르렀나 하는 자만심에 빠지며 영화관을 걸어나왔더랬다. 로맨스라던지 깊은 사유라던지 뭔가를 기대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누가 악인이고 나쁘고 따질 것 없이 각자의 개성이 충분히 존중되는 캐릭터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권선징악 정도는 누구든 영화로 배우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그렇게도 자극적인 장치를 쓰고도 결국 악을 징벌하는 뻔한 교훈만을 남기는 상업영화를 잠시 째려보고,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좀 더 사랑하자는. (홍보) 나는 언제부턴가 영화를 굳이 '이해' 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생긴 듯하다. 누군가에게, 그것도 매체 속의 인물에게까지 내 잣대를 들이대며 토론하는 것이 가끔은 불필요함을 깨달았고, 이젠 인생에 불만거리를 억지로 만들어내고 싶지 않은 안일함도 조금은 작용했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류의 이야기를 진짜루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프란시스가 왜 그 귀여운 벤지랑 이어지지 못했는지 분개할 필요가 없다 이말이다. (하지만 안타깝다.)
우리는 불행의 원인은 그렇게도 찾아 헤메면서 행복의 원인은 너무 쉽게 단정지어버리지 않나 싶다. 사소한 것에도 짜증을 내면서 왜 사소한 것에 만족하고 충분히 행복해하지 못할까. 생계 수단으로 사무직을 권하는 콜린을 거절하고 파리로 무작정 떠나고 그때문에 빚을 지고 꾸역꾸역 갚아나가고..그렇게 사는 프란시스처럼 내 발 앞에 돌부리가 놓여있어도 어떻게든 걸어나갈 수 있음에 감사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순간에도 내 옆에 가장 친한 친구가 한 명 있다면, 내가 지금 잘 살고 있구나 안심해도 될 것 같다.
_벤지: 문 열어놔, 닫아?
프란시스: ... 닫아.
벤지: 열어 놓을게.
프란시스: 왜? 그런데 그게 중요해?
벤지: 혹시 울고 싶거나 하면 날 불러낼 수 있잖아.
_프란시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제가 원하는 어떤 순간이 있어요. 이게 내가 지금 왜 싱글인가를 알려주는 것이긴 하다마는, 하하. 그러니깐 그게, 당신이 좋아하고 또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이야기하는 파티에서요, 웃다가 저쪽 방을 봤는데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는 거죠. 절대 불순한 의도나 다른 생각이 있어서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사람이 이번 생에 내 사람이기 때문에요. 이게 좀 웃기고 또 슬프긴 한데, 그리고 순간 그곳엔 그들만의 비밀스런 세계가 존재하는 거에요. 우리 주위에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눈치챌 수 없는, 어떤 다른 차원의 공간이요. 네, 그게 제가 바라는 관계의 순간이에요. 아마도, 사랑이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