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ure nacre :: 날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날 알아봐준다. 라는 것은 정말이지 행복한 일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쟤는 젓가락을 예쁘게 잡아, 말할 때 입술이 삐죽 튀어나와, 하늘을 하루에도 세 번씩 올려다 보곤 해, 무서운 꿈에서 깰 땐 엄지손톱으로 검지 끝을 꾸욱 눌러서 깨어나곤 해, 왼쪽 중지 손톱이 조개껍데기처럼 자그마해, 편한 신발만 주구장창 신곤 해, 문학 책을 읽을 때 손에 꼽게 행복하다고 해, 손편지 쓰는 것을 좋아해, 밤 새는 것을 은근히 즐기기도 하는 것 같아. 왜냐하면 공부한다는 이유로 밤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거든, 휘핑 크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더 좋아해. 구수하다면서, 손에 점점 살이 빠지는 게 노화의 증거라며 슬픈 척 하지만 사실은 이제야 젖살 빠지듯 갸름해지는 손가락과 손마디를 마음에 들어 해, 팔꿈치에 뾰루지가 자주 나는데 뭐 그곳 뿐만 아니라 온몸 구석구석 뾰루지 잘 나는 피부야, 책상 정리를 항상 깔끔하게 해야 성이 차, 규칙적인 어지러움을 좋아하는 편이야, 김연수 작가를 많이 좋아하는데 그의 신작을 더 선호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밤새워 읽으며 엉엉 울었던 기억을 곱게 간직하고 가끔씩 떠올리곤 하는 순수함이 있어, 브라운아이드 소울 노래를 들으면 설렌다구 해, 감정에는 명시된 이름이 없다고 주장하곤 해. 이렇게 줄글로 표현하는 것이, 표정으로, 감탄사로, 눈물로, 웃음으로 표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 남자의 목소리와 말투를 많이 따지는 편이야, 말이 쓸데없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어, 자신감이 있는 남자였으면 좋겠어. 받는 것에 익숙하지 못해 항상 주는 데에 마음 편해 하지만 받는 것을 속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야, 웃을 때 눈이 접혀 앞이 잘 안 보인다고 해, 입을 벌리지 않고는 웃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네, 미술관과 사진전과 콘서트와 영화 관람과 같은 문화 생활을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행사라고 생각하는 교양있는 요즘 흔치 않은 여대생이야,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고, 또 그러려고 노력하는 긍정적임을 가졌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을 즐거워 해 . 웃음이 많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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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