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ure nacre :: 청춘

청춘

2014. 1. 29. 02:19 from 자개

 

 

 

 

 

 피끓는 청춘 봤다. 얼떨결에 본거라 관심도 기대도 없었는데 보다보니 사춘기 메들리 배우가 둘이나 나와서 관심 +1 분위기도 비슷한 게 보는 내내 연상되더라. 그로나... 내게 영화는 최고bbbbbb 내 인생의 영화이십니다/좋네 잘만들었네/돈 아깝다 이정도로 갈리는데 최악인 '시간이 아깝다' 까진 아니었지만 돈아까웠다. 심지어 내 돈 아니었는데도(..) 영화 제작에 있어 예산이 아니라 온 스태프가 머리를 싸매고 공을 들인 게 느껴지면 뭐랄까 작품에 대한 신뢰가 생기는데, 이건 돈도 노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설 연휴와 이종석의 창창함을 이용해 급조한 영화라 하면 너무 나쁜년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전략이 딱 맞아 떨어져서 잘되고 있는 게 현실 

 그렇다고 배우들 연기가 뛰어나지도 않았다. 이종석은 전작의 인상이 남아 당연히 잘 할거라고 믿었고, 박보영은 늑대소년에서 실망했지만 송중기 임팩트에 가려져서 그랬으리라 생각했고, 이세영은 사춘기 메들리랑 너무나도 똑.같.은 역할이라 그것과 비슷하게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내 예상은 다 빗나가서 이종석은 건축학개론 조정석의 번외편 같았고 박보영 이세영은 내가 과대평가한건지 의구심이. 특히 영숙은 전혀 매력없는 인물. 그래서 그냥 깡패로 나온 김영광 캐릭터가 제일 설득력있다는 

  그나저나 박정민 배우님 왤케 귀여워여? 영복이 ㅜㅜㅜㅜㅜㅜ는 아니지만 내 친구도 영복이 귀여움 피크 찍을 때 쟤 좋다며.. 껄껄 그치? 신영복 매력 터졌었는데 여기선 후반부에서 분량이 친구2한테로 다 넘어가는 바람에 대사 한 번 못하고 끝나더라 그냥 영복이만 친구 도맡았음 좋았을걸

 

 

까지 서론이었고

이쯤되니 사춘기 메들리 가 다시 보고싶다아

 

 

 

 

 

 

 그 날 새벽은 꼬박 사춘기 메들리를 보는 데 썼다. 그들의 말과 눈빛과 손짓과 웃음이 얼마나 예쁘던지, 사춘기라기엔 비현실적이게도 너무 아름다워 어쩔 수 없이 매료되는, 일상을 가장한 판타지였다. 언젠가 엄마랑 드라마를 보다 한 얘기, 난 이 사람이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임을 떠올리기보다 그냥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듯한 흡입력이 있다면 만족한다고. 사춘기 메들리가 그랬다. 우리 동네 구석의 어느 학교 이야기인 듯, 그 학교 남학생의 일기장을 읽어보는 듯. 

 곽동연 배우가 제 나이를 연기해서 그런지 정말 자연스러웠다. 조연들도 자기 이야기를 4부작 내에서 풀어내는 데에 탁월했고. 드라마 내에도 이런저런 장치가 많아서 재밌다가, 잔잔하다가, 억지가 아닌 일상 속의 감동도 있고. 무엇보다 어린 사랑 이야기를 너무 심각하지 않게 풀어내서 좋았다. 첫사랑은 끝내 이루지 못한 추억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로선 이들이 사랑이든 뭐든 진지하지 못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 영! 복!

동연군은 장차 큰 배우가 됩니다

 

 

 

 

 청춘이 끊임없이 영화화, 드라마화 되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지난 날을 동경하고 있다는 거겠지. 내 '학창 시절' 이란 것도 다 지나간 얘기가 되어버렸는데, 그땐 정말 몰랐다. 짜증나도록 어리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설익은 이야기는 설익은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코 깨지고 팔꿈치 깨져도 좀 지나서 들여다보면 다 나아있던, 그래서 더 다칠 수 있었던 때가 가끔 많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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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