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ure nacre ::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2014. 1. 26. 01:47 from 자개

 

 

 

 

 

 

 

 

 사막 저편으로 오렌지색 노을이 번지고 마침내 최초의 별 하나가 떠오를 무렵이 되었다.

 나는 '별이 뜬다'는 말을 그때 처음 경험했다. 쿠리의 저녁 하늘에서는 별들이 그냥 갑자기 깜빡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지평선에서 빗금을 그으며 떠오르는 것 같았다. 모든 별들이 금막대기 위에 걸린 것처럼 지평선 위에서 떠올라 일제히 반짝이기 시작했다.

 

 나는 부서지기 직전인 나무침대에 누워 천장에 뚫린 큼지막한 구멍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구멍으로 별들이 유성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우주 전체가 쿠리 마을과 바냔나무와, 5루피를 떼어먹은 노인의 집 위로 흘러가고 있었다.

 가진 게 없지만 결코 가난하지 않은 따뜻한 사람들의 토담집 위로 별똥별이 하나둘 빗금을 그으며 떨어져내렸다. 지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역시 저 하늘 호수로부터 먼 여행을 떠나온 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들 때까지 별을 구경할 수 있는 구멍 뚫린 방이 나는 너무 좋았다.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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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