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ure nacre :: 차라리 아무도 아닐 걸 그랬어

 

 

 

난, 아무도 아니죠. 그대의 일상에 수많은 사람 중에 하나일 뿐이죠.

가끔씩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인사를 잘 하는, 편안한 인상의 한 남자일 뿐이죠.

어떤 날에는 농담도 건넸죠. 또 어느 날엔 차갑게 굴면서 무심한 척도 했죠.

하지만 그댄 늘 똑같은 눈인사와 늘 같은 만큼의 미소로 내 곁을 바쁘게 스쳐갔죠.

알 턱이 없겠죠.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나 설레여 하는 걸, 애태워 하는 걸.

 

 

그러던 어느 날, 한 술자리에서 오랜만인 내 친구와 함께 온 그녀를 보았을 때

무너진 가슴에 한없이 나를 탓해도 그저 조금 놀란 척 웃으며 술잔을 기울일 뿐.

너무 세상이 좁아서, 아무개보다는 조금 나은 친구의 친구란 이름을 얻게 됐지만,

차라리 아무도 아닐 걸 그랬어.

 

 

 

 

 

 

 

 monologue 를 처음 들을 땐 감흥이 없던 이 노래, 그 후 시간이 지나서 작년에 음반을 다시 들으며 감탄했다.

너무, 세상이 좁아서. 고조되는 분위기에서 내려오면서 부르는데 정말 술자리에서 돌아오며 한숨과 함께 내뱉는 말처럼 씁쓸하다. 보컬과 네러티브가 이렇게도 하나일 수 있을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은 단연 오래된 노래이지만, 동률옹의 능력과 감성의 폭에 놀라곤 하는 곡 중에 하나다.

작년엔 꽤 많이 들었었는데 올해 들어선 처음이라 반갑기도 하고. 내가 동률옹 목소리 아껴듣긴 하나봐 '~' 랜덤 재생해 놓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지금은 이걸 들을 감성이 아닌 것 같아 다른 걸로 넘기는, 아무 때나 틀어버리면 그것이 가진 고유한 감정이 훼손되는 것 같은 느낌.. 김동률 노랜 그렇다. 대충 듣고 이렇다 저렇다 평할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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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울 :